퍽! 퍽! 퍼억! "오라앗...!!" 퍽!! "구헷...!!" 【 2라운드 TKO!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여자 복싱계의 초신성으로 불리며 전 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아키에 선수가 역시 오늘 데뷔 신인에게 완전 패배! 프로의 세계는 달랐던걸까요!】 .... ... .. 그로부터 1년. 어딘가 지하실에서 벽에 묶인 채 여기저기 멍투성이인 아키에가 의식을 되찾는다. 의식을 되돌릴 때 물벼락을 사용한 탓에 머리카락을 타고 떨어진 물방울이 마른 바닥을 적신다. 그 앞에는 일본풍 메이드차림의 시종과 유녀로 보이는 키 작은 여자. 고급 양복과 그 위에 걸쳐 입은 비싸 보이는 하오리에서 대략 신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챔피언 놀이는 재밌었을까나? 츠구미 아키에 양." "..."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려나? 나야말로 이 링의 지배인, 네 사육주이기도 하지. 말해 두지만 너보다 연상이고 내 키를 걸고넘어지면 이 자리에서 사살이니까말야." "카호님, 이걸..." 옆의 메이드로부터 몇 장의 서류를 건네받은 카호가 그것을 대충 읽어 내린다. "흠 아마추어 고교 복싱의 기대주였지만 프로 데뷔 후 3전 전패로 은퇴. 언더에 떨어진 고물이 이상한 자존심을 세워 승부조작까지 거부, 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맡는 게 아니었어." "..네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 이 사기꾼...!" 카호라 불린 여자를 아키에가 증오에 찬 눈으로 노려본다. "이런이런, 코노하, 내가 오기 전까지 길들여놓으라고 하지 않았어?" "죄송합니다. 좀 더 아픈 꼴 보게 할까요?" "그런 건 내가 없을 때 해. 그건 그렇고 내가 너한테 뭔가했던가...?" 속을 떠보는건지 모른 체하는 듯한 태도에 아키에가 일갈한다. "그 링에서 챔피언으로 있으면 더 뒤편의 링으로 나가게 해준다고 했잖아!" "흐무, 기억에 없는걸." "그 남자가 멋대로 둘러댄 게 아닌가하고..." "...과연.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뒤편의 링 같은건 없어." "거짓말하지 마! 이 링에 오기 전 나는 언더복서라는 놈과 싸운 적이 있어. 이런 반푼이들의 모임이 아니었어!" "...흐무" 아키에의 계속된 추궁에 잠시 침묵하던 카호가 말을 잇는다. "그런가. 뭐 대충 알았어. 흐무, 준비해 주지." "카호님. 그건..." "뭐 좋아. 마침 총알도 떨어졌고말야. 뒤는 맡기겠어, 코노하." 들고 있던 서류를 다시 코노하에게 건넨 카호가 방을 나서며 한마디 덧붙인다. "그렇다고해도 그 링에서의 선수 생명은 길어봤자 1년. 누구를 찾는진 모르겠지만, 이미 없을거라 생각한다만...?" .... ... .. 일주일 뒤. 경기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선수 대기실에서 아키에가 주먹에 붕대를 감고 있는 동안 코노하가 짧게 브리핑을 해준다. "이번 상대는 전 맹호 복싱 짐 소속 프로복서 트라 유우마. 당시 프로랭킹은 45위, 하지만..." 맹호 복싱 짐. 다수의 챔피언을 배출한 일본 최대의 복싱 짐이지만 이면에서는 상위 랭커급 선수를 일부러 저랭크에 배치시켜 다른 체육관의 신인 사냥을 한다는 나쁜 소문을 갖고 있었다. "소문은 들어 알고 있겠지만 랭킹 같은 건 그저 숫자에 불과해. 도핑, 무기 사용, 선수 생활 중 폭행, 이것만으로도 제적 사유로 충분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공식 링에서 퇴출된 건 그녀의 마지막 공식 시합이 원인으로 상대 선수는 실신한 채 수차례 얻어맞은 끝에 병원으로 이송, 식물인간이 됐다는 이야기야. 상대편도 짐의 미래를 짊어진 대형 신인이었던 만큼 거래가 있었다는 소문이 있어." "누구든 상관없어. 이기면 되잖아." 아키에의 여전히 반항적인 태도에 소노하가 마지막으로 충고를 한다. "이 링은 카호 님의 손 밖의 물건, 상대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시합. 사소한 것에도 페널티를 걸어올거야. 그 신인 사냥꾼이 뭐라하든 귀를 닫을 것, 이기고 싶다면 말이지." ... .. 피로 보이는 검은 얼룩이 곳곳에 스며든 링, 여느 때보다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는 섬뜩한 살풍경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강한 스포트라이트가 아키에의 등을 태우며 링 전체를 긴장시킨다. 건너편 코너에 등장한 아키에보다 체급이 훨씬 큰 상대 선수가 아키에를 보며 기분 나쁜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링 중앙을 마주하자마자 미리 예고된 것처럼 유우마 쪽에서 먼저 도발해온다. "너 알고있어. 프로씬에서 전패하고 사라진 초유명인이잖아. 그 고물 때문에 체육관까지 망해버리고말야, 이름이 뭐였지? 너무 허접스러워서 벌써 잊어버렸어. 케케!" 아키에가 눈을 치켜뜨고 말없이 받아친다. "오우오우, 굉장한 표정인걸? 한대 칠것 같은 표정인데 왜? 쫄아서 못 치겠냐? 큭큭, 못하겠지 너 같은 겁쟁이는말야!" "흥, 그런 거라면 나도 들은게 있어. 네가 랭크인 되는게 무서워서 신인 사냥이나 하는 비겁자라는 걸 말야!" "크크크, 그거 자주 들어. 그런 소릴한 녀석 중에 아직까지 링에 서 있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지만. 너도 곧 그 동료가 되겠지만 말야." 【 조금 떨어져서 이제 곧 시작한다.】 중계 제지를 받고 자리로 돌아가려던 그때. "어잌후, 그러고 보니 그 체육관, 유명인이 한명 더 있었지?" "링에서 일반인에게 맞아죽은 전 챔피언이. 큭큭, 터무니 없는 웃음거리였어. 같은 체육관이니까 너도 봤지? 아오이였나? 그 전신 파랗게된 시체가. 이름값 제대로였..." 퍽! "크윽...!!" "큭큭, 쳤구나?" 삑!! 아키에의 파울에 경고음이 울리고 링 주위가 소란스워진다. "공도 울리기 전에 손을 댔으니 나름의 페널티를 각오해야겠지! 그렇네, 1라운드 샌드백형이라던가? 큭큭, 1라운드가 기대되는걸? 앙?"